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열두 집》
SUPA (Song Ryul,Christian Schweitzer) 《12 Houses》


2026.03.19 목 – 03.29 일 / PM 1:00 – 7:00
SPACE TUM /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7, 2층
Small Opening Gathering 2026.03.19 목 / PM 5:00 – 8:00 



건축은 인간 신체의 온도 조절과 신화의 영역 사이를 오가며 존재한다. 신화는 삶을 설명하고 힘을 부여하고 안정시켜 평범한 일상을 의미로 충만한 삶으로 승격시킨다. 신화는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가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문화적 표현의 몸짓이다. 건물은 유용성을 넘어 아이디어와 의미를 구현할 때 비로소 건축이 된다. 따라서 건축은 사회적 구성물이다. 즉 사회 전체가 건축을 존재를 인정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개념 또는 아이디어다. 건축은 자연발생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집단적인 믿음이자 이해다. 그리고 이 믿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건축은 하나의 언어다. 그러나 모든 언어가 그렇듯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권력을 은폐하고, 이데올로기를 수행하며, 진실을 흉내 내되 텅 비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저항하고, 전복하며, 폭로할 수도 있다. 건축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하나의 고정된 해답이 아니라 지속적인 질문하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건축은 세상을 윤곽 지으며, 그 세상을 해석하고, 우리가 그 세상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한다. 이 같은 관점으로 보자면 건축은 철학적 그리고 윤리적 실천이다. 질문하기는 건축이 결코 완결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각 프로젝트, 이론 그리고 토론은 더 넓은 열린 대화에 기여한다. 건축을 충분히 끝까지 질문할 때, 건축은 단순한 공간 생성에서 의미 생성으로 전환한다. 우리는 모든 디자인 행위가 동시에 철학, 윤리, 정치의 행위임을 자각하게 되며, 건축이 의미, 가치, 가능성이 유동하는 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건축 사유의 가장 난해하면서도 심오한 영역 중 하나는 '부재의 건축'이다. 여기서 건축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텅 빈, 지움, 거부와 같은 공백이다. 존재하는 것보다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통해 만들어진 의미다. 부재의 건축은 건축이 항상 물리적, 기능적, 가시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에 도전한다. 건물의 부재는 여전히 건축일 수 있다. 형태의 과잉 생산에 저항하려면 우리는 건축 그 자체의 필요성을 질문해야 한다. 건축이 세상에 무언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오늘날 전례 없는 과제에 당면한 우리는 어떻게 환경을 구성할지, 그리고 우리가 만든 환경 안에서 건축의 역할에 대하여 이해하는 법을 모두 재고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만약 우리가 이 세상에 물리적으로 영구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서도 건축을 할 수 있다면, 그 건축은 할 가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다른 길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건물이라는 틀 너머의 수많은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건축을 탐구해야 한다. 매체 자체가 건축의 가장 긴급한 실험의 장이 되며, 동시에 건축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핵심이 된다. 이렇게 할 때만이 우리는 건축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으며, 건축을 만들어 내고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인간 활동이 만든 우리의 환경 안에서 사회적 관계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건축이 의미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지속하는 길이다.



SUPA
송률과 크리스티안 슈바이처(Christian Schweitzer)는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건축가다. 이들은 SUPA라는 이름으로 개념건축, 예술, 이론의 좁은 교차영역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특히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통해 현대 도시를 이해하고 변환시켜 건축의 어휘를 확장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작가 | SUPA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ryul_song
전시기획 | 서문 | 포스터 | 사진 |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주최.주관 | SPACE TUM @art.space.tum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열두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