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손준성 《접힌 얼음》
Min, Song Jun Seong 《Folded ice》


2026.4.17.(금) - 4.28.(화) 13:00-19:00
SPACE TUM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7, 2층)



민과 송준성의 2인전 《접힌 얼음》은 회화의 실패와 퀴어의 실패가 닮아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평면 위의 반듯한 선이나 완결된 붓질, 마른 물감, 연필 가루, 그것들을 고정하기 위한 바니쉬나 픽사티브와 같은 것들·····. 회화의 과정과 마무리는 보통 그것을 영구히 정지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그렇게 정지한 회화는 물질적인 의미에서 (거의) 멈추는 동시에 완성된, 이해하고 읽어내야 하는 대상으로 대해진다. 이러한 회화의 고정성은 두 작가에게 있어 실패의 가능성이다. 작가의 생애라는 지류에 도착한 사건으로서의 회화는 작가의 생애를 넘어서도 계속해서 의미가 변화하고 불화와 갱신과 실패를 반복한다. 즉 한 점의 회화는 어떤 시점에 완성되지만 완결되지는 않는다. 회화는 작가의 삶 안에서, 나아가 흐르는 시간 안에서 단일한 이미지로 박제되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자신을 갱신한다.

이렇게 회화가 실패를 동력 삼아 존재하는 방식은 퀴어가 실패를 통해 자신을 재인식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견고하게 직조된 이성애 중심적 구조와 그것을 경합하는 자본주의를 동력 삼아 움직이는 사회는 개별의 삶이 단일한 서사로 완결지어지도록 강요한다. 이 서사에서 이탈한 존재들은 실패한 존재들이다. 그 안에서 퀴어의 신체는 고정된 사회의 문법과 불화하며 실패를 겪는다. 다만, 이 실패는 결핍이 아니라 박제된 이미지로 수렴되기를 거부하는 적극적인 저항의 방식이기도 하다. 민과 송준성의 회화가 자신을 실패시키는 과정을 통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게 퀴어 역시 자신의 실패를 통해 삶을 갱신해 간다.

두 작가에게 실패한다는 것은 멈춰버린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얼음 조각이 끊임없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는 것을 반복하며 변화하는, 스스로와 충돌하며 운동성을 획득하는 일, ‘접힌 얼음’이 되는 일과 같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두 작가는 투명함이라는 방법을 호출한다. 완성이나 무게보다는 지속과 가벼움, 결정보다는 유예에 가까운 태도를 지향한다. 지우고 문지르며, 긁고, 덧씌워가며 그림을 그려나간다. 회화를 통해 냉소적 체념도 아니고 순진한 낙관도 아닌 대안§으로써의 퀴어 미술의 방법을 모색하고, 실패를 봉합하는 방식이 아닌 실패 속에 머무르는 방식을 제시한다.

민은 무성애를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긴장감을 그려내며, 그로부터 출발하여 대안적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언어라는 베일 너머에 있는 무성애는 뚜렷한 듯싶다가도 금세 흐려지곤 한다. 이때 투명함은 무성애를 다루기 위한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기법일 뿐만 아니라 언어에 가려진 무성애자의 신체를 그리는 데에 적합한 방법으로 선택된다. 민은 색과 선을 이용하여 형태를 해체하고 고정하기를 반복하는데, 이를 이용하여 없는(無) 것이 있는 것, 불투명함을 통해 투명한 것이 보이는 상태를 그려내려 한다.

송준성은 관계를 통해 세상을 감각하며,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내외적 순간과 투영하고 싶은 욕망을 인물의 조형 요소로 나타낸다. 흔히 완성작을 위한 준비 단계이자 미완의 상태로 간주되는, 드로잉이라는 방법을 이용한다. 끊임없이 수정하고, 지우고, 덧그리며 지속되는 실패의 과정을 켜켜이 쌓으며 결과의 투명함을 만들어 낸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 안에서 엇나감이나 흔들림, 번짐과 같은 실패의 순간을 봉합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투명하게 보이는 실패의 연속과 불명확함 속에 퀴어의 유동적인 정체성을 투영한다.

§ : 잭 할버스탬,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2024, p.16



기획: 민 (@artmiin_)
작가: 민, 송준성 (@sawrjycer)
공간 디자인: 최유진 (@bokchoii_ii)
전시 리뷰글: 안민혜 (@anmeene)
그래픽 디자인: 민
전경 촬영: 박선진 (@art_sunjin)
주최·주관 : SPACE TUM (@art.space.tum)

민, 손준성 《접힌 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