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준, 모노가아 《이 세계는 가짜야, 근데 예뻐》
Jang Youngjoon, Monogar 《This World is Fake, but It's Pretty》


2025. 03. 15 ~ 2025. 03. 23
예술공간 [:틈] 마포구 월드컵로 31길 6, B1


한때 ‘진짜’와 ‘가짜’는 명확한 기준 아래 분류되었다. 가짜는 본질적인 결핍이거나 위조로 여겨졌으며, 원본에 종속된 하위 개념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가짜는 더 이상 복제물에 그치지 않는다. 가짜는 하나의 층위를 이루고, 현실과 충돌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감각과 미적 경험을 창출한다. 이 전시는 가짜가 단순한 복제가 아닌, 변형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임을 탐구한다. 우리는 실재와 허구를 구분할 수 있을까? 혹은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들을 어떻게 인식해야할까?

monogar와 장영준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충돌과 변형을 포착하며, 익숙한 이미지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한다. monogar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을 침투하는 방식에 주목한다면, 장영준은 사회적으로주변화된 정체성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축되고 가시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들의 작업은 익숙한 것들의 표면을 거슬러 올라가고, 보이지 않는 층위들을 드러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균형을 조용히 교란한다.

우리는 종종 세계를 하나의 고정된 질서 속에서 바라보지만, 그 경계는 실은 쉽게 흐트러지고 다시 조정된다. monogar의 화면 속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구조를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균열을 발견하고 변형을 시도하는 존재들이다. 그의 a piece of doubt와 a piece of memory 시리즈에서 인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깨닫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들은 특정한 프레임 안에서 살아왔고,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지만, 어느 순간 경계를 의심하고 밀어내려 한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다. 익숙한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조정해 나간다. monogar의 작업에서 ‘프레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이 거주하는 세계의 질서를 상징한다. 이들은 틀 속에 머무르지만, 완전히 억압된 존재로 남지 않는다. 오히려 균열을 발견하고, 경계를 확장하려는 몸짓을 통해 가상의 틀이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픽셀화된 캐릭터와 만화적 선들이 현실 풍경과 충돌하는 방식 또한 이러한 경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monogar는 세계를 보는 시선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가변적인 것, 다시 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그의 화면 속 인물들은 경계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하나의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손을 뻗고, 틀을 밀어내고, 때로는 그 구조를 다시 조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들—프레임, 경계, 정체성이 사실은 얼마든지 변형될 수 있음을 그의 화면은 조용히 시사하고 있다.

장영준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거나 가시화되지 않는 정체성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문방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표면이 단순한 장식이 아닌, 정체성을 구성하는 층위임을 드러낸다. 데코덴(decoden), 반짝이, 파츠, 구슬 같은 요소들은 촉각적이고 과잉된 밀도를 형성하며,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젠더 표현이 실제로는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구축되고 변형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미디엄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통해 단순한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진적으로 구성되고 중첩됨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유동적인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LOVE X LOVE X LOVE’ 시리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는 서브컬처의 역사 속 퀴어 코드를 가진 소년상을 재해석하여 전통적인 젠더 규범을 탈피한 새로운 서사를 구축한다. 가부장적 남성성이 아닌, 부드럽고 유연한 대안적 남성상을 제시하는 그의 작품은 반짝이는 표면, 과장된 색감, 부드럽고 끈적한 질감을 통해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젠더 표현이 사실은 얼마나 인위적이고 가공된 것인지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Liquid Stratum 시리즈에서는 드랙의 형식을 차용해 표면의 조작과 변형이 젠더 표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실험한다. 그는 1990년대 일본 갸루들의 저항적 ‘폰꾸’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회화적으로 확장하며 드랙의 개념을 탐구한다. 폰꾸 문화에서 젠더 표현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갸루들은 과장된 헤어스타일, 네일아트, 데코덴 핸드폰 케이스 등으로 스스로를 장식하며, 기존의 얌전하고 순응적인 여성성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기 표현을 수행했다. 이러한 폰꾸의 감각적이고 장식적인 미학은 그의 회화 속에서도 반복된다. 핸드폰의 구성 요소인 터치스크린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매끄럽고 비물질적인 인터페이스로, 정보를 빠르게 전환하며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데코덴, 반짝이, 파츠 같은 장식 요소들은 물리적으로 돌출된 형태를 가지며, 촉각적 경험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과잉된 밀도를 형성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층위가 한 화면 위에서 충돌하고 얽히며 조합되는 표면은, 젠더 표현이 단일한 형태로 정착되지 않고 유연하게 구성됨을 드러낸다. 반짝임과 과잉, 매끄러움과 돌출이 교차하는 이 표면은 하나의 형태로 수렴되지 않은 채, 균형을 이루거나 흐트러지며 다시 조합된다.

이 전시는 ‘가짜’가 단순한 위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미적 가치를 형성하는 힘을 가짐을 보여준다. 모노가아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이를 자각하고 조정하는 순간 변형될 수 있음을 탐구한다. 픽셀화된 캐릭터와 만화적 선들이 현실 풍경과 충돌하는 방식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의 구조가 쉽게 조정될 수 있는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장영준의 화면 속 인물과 텍스트들은 정체성을 구성하는 표면을 탐색하며, 반짝이, 데코덴 장식과 같은 과잉된 요소들이 단순한 미적 장식을 넘어 정체성을 유동적으로 만들고 변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구조를 흔들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질서를 비틀어 새로운 감각을 창출한다.

두 작가는 단순히 진짜와 가짜를 이분법적으로 대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가 충돌하고 흐려지는 순간, 불안정성과 유동성이 만들어내는 감각적 층위를 탐구한다. 현실에 정착하지 못한 존재들, 물리적 기반이 없는 표면들,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형태들은 세계가 단단한 구조가 아니라, 변형될 수 있는 공간임을 시사한다. 장영준의 작업이 표면과 장식을 통해 정체성의 유동성을 탐구한다면, 모노가아의 작업은 프레임과 구조의 변형을 통해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가 고정된 것이 아님을 드러낸다. 이들은 ‘진짜’라고 여겨지는 것조차도 특정한 규범과 구조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드러내며, 그것이 해체되고 다시 구축되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곳에서 익숙한 것들은 더 이상 익숙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들을 ‘제대로’ 인식하려 할 때, 이미 형태는 변하고, 의미는 재구성된다.

이 세계는 가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가짜는, 현실보다 더 선명하게 빛난다.

글. 전혜수 (독립 큐레이터)


기획 | 전혜수
작가 | 장영준, Monogar
그래픽 디자인 | 예술 공간 [:틈]
설치 | 박선진, 전혜수
주최 및 주관 | 예술 공간 [:틈]

장영준, 모노가아 《이 세계는 가짜야, 근데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