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미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Chung Woomi 《The Water Spout Itsy Bitsy Spider Climbed Up》
⧉ 베이비 박스 | 2026.07. 26 - 08.09 / 13: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서울 관악구 난곡로26길 104
⧉ SPACE TUM |2026.08. 01 - 08.16 / 13: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서울 마포구 망원로 57, 2층
⧉ 아티스트 토크
2026. 08. 14 (금) 19:00 - 20:00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우리는 같은 노래를 부르며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의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는 같은 멜로디 위에서 서로 다른 장면을 그린다. 영어의 거미는 관을 타고 오르다 비에 쓸려 내려간 뒤 다시 오르고, 한국어의 거미는 줄을 타고 오르다 비에 줄이 끊기면 해가 난 뒤 줄을 타고 내려온다. 같은 음을 짚어도 한쪽은 오르려 하고, 다른 한쪽은 날이 개길 기다렸다 내려온다. 정우미는 이 반복되는 리듬을 베이비박스를 찾는 여성들의 삶과 포개어 읽는다. 줄을 다시 붙잡는 거미의 움직임은 쉽게 말해질 수 없었던 시간과 끝내 닿지 못한 목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어렵게 내어진 말이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가닿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정우미의 작업은 그 당연하지 않음에서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소리를 내는 족족 누군가 들어주는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은 삶을 산다. 오선지 위에 적히지 못한 음들, 묵음으로 살아가는 익명의 여성들이 있다. 아이를 낳은 사람과 그 아이를 기르는 사람은 서로를 오래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연결이 있지만, 그 연결은 자주 보이지 않는 곳에 놓인다. 쉬이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근사치로나마 다가가려는 마음 — 한 사람이 걸었을 법한 언덕길을 대신 걸어 보는 일 같은 — 이 전시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캐묻지 않는 장치들이 놓인다. 끼니를 거를 만큼 분주한 누군가를 위해 공간에 미리 묻혀 둔 향,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위해 놓아둔 찻잔, 아이와 오기를 망설이는 이를 위한 작은 놀이방.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읽혀 이제는 뜻을 알 수 없게 된 어떤 편지의 소리와, 불시착하거나 갇히거나 쪼개진 채 떠도는 소리들을 푸른 빛으로 옮겨 놓은 그림들. 베이비박스가 더는 필요하지 않을 세상을 향해 띄워 보내는 풍선. 이와 함께 베이비박스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은 망원동에 있는 스페이스 틈에서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이어진다. 무엇 하나 설명을 요구하지 않은채, 한 공간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다른 공간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귀 기울여야 할 질문으로 확장된다. 공간은 이해를 강요하는 대신, 이해되지 않은 채로도 서로의 곁에 머무는 시간을 내어준다.”
베이비박스의 미혼모 자립관과 망원동의 스페이스 틈,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전시는 서로를 향해 있으면서도 캐묻지 않는 관계를 잠시 살아 보는 자리다.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와 주기를 바란다. 정우미는 오선 밖으로 밀려난 음들, 악보 위에 분명 존재하지만 끝내 소리 내어지지 못한 음들을 다시 악보 위로 불러낸다. 줄이 끊겨도, 쓸려 내려가도, 다시 오르는 거미의 리듬으로.
글. 전혜수
정우미
정우미는 닿을 수 없는 이와의 관계 맺기를 탐구한다. 길에 입을 맞춤으로써 그에게 노크를 하고, 그의 자리를 잠시 채워 준 이와 호흡을 주고 받으며 그 사이의 공간을 가늠했다. 또 그가 남긴 편지의 무게를 일상의 무게로 덜어냄으로써 그의 안부를 물었다. 이번 개인전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는 그가 익명의 영역으로 사라진 곳에서, 그를 위해 차를 우리는 자리다.
⧉ 작가: 정우미 @owoomichung
⧉ 기획: 전혜수 @jeon_hyesoo
⧉ 글 : 전혜수 @jeon_hyesoo
⧉ 목소리: 이운트
⧉ 설치: 최대용 @miettelove
⧉ 제작 지원: 김채윤 @frozenfoxfilm
⧉ 디자인: 밀리스트 @millist_official
⧉ 전경 사진: 허유 @heoyu_artwork
⧉ 도움: 이재복, 김현호, 김준영
⧉ 주최: SPACE TUM @art.space.tum
⧉ 주관: SPACE TUM @art.space.tum,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 @babyboxkorea
이 전시는 2026 경기예술지원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에 선정되어 ‘경기도,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베이비박스 전시 공간에는 영아를 위한 작은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시는 동안 아이 돌봄이 필요하신 분은 담당 스탭에게 말씀해주세요.
+ 베이비박스에 보호 중인 아기들의 사진 촬영은 제한됩니다.
+베이비박스는 열지 말아 주세요.
+시설 주변에서는 흡연을 삼가 주세요.
+주차는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난곡스마트 공영주차장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