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희 《차집합의 대상들》
Park Jun hee 《Objects of the Relative Complement》
⧉ 2026. 02. 03 ~ 02. 15 / 13:00 - 19:00
⧉ SPACE TUM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7, 2층)
우리는 같은 말을 건네며 같은 장면을 떠올리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떤 사물 앞에 서는 순간, 그 믿음은 쉽게 흔들린다. 책상과 테이블처럼 분명히 불러온 이름들조차, 사용되는 시간과 놓인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으로 바뀐다. 일의 표면이던 것이 식사의 풍경이 되고, 잠시 머물던 물건은 관계의 중심이 된다. 사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이미지는 늘 어긋난다. 이름은 하나지만, 그 이름 아래 겹쳐지는 장면들은 결코 같지 않다.
이 어긋남은 사물의 문제가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는 우리의 방식에서 비롯된다. 대상은 구조와 기능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그것이 놓인 환경, 주변과 맺는 관계, 사용되는 순간의 감각이 포개질 때, 사물은 매번 다른 의미로 작동한다. 베개는 이불이 되기도 하고, 스카프는 담요로 이동하며, 창문은 문과 겹쳐진다. 무엇인가를 덮는 행위, 감싸는 감각, 말리는 상태, 오르내리는 리듬 속에서 사물의 경계는 쉽게 흐려진다. 이 회화들에는 사물의 외관보다 인식의 골격만이 남아 있다. 원과 타원, 분절된 면, 반복되는 곡선과 포개지는 색의 층들은 베개이자 이불이고, 스카프이자 담요이며, 로션의 회전이자 머리를 땋는 손의 움직임이 된다. 하나의 형태는 여러 사물로 이동하고, 하나의 기호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리킨다. 여기서 기호들은 사물을 이해하는 최소한의 단위처럼 작동한다. 사물은 여기서 물건이 아니라 상태가 된다. 덮이고, 감싸지고, 말리고, 쌓이고, 흐르는 순간들. 우리는 무엇인가를 ‘본다’기보다 ‘겪는다’는 감각이 먼저 떠오른다. 화면에 등장하는 기호의 형태들은 사물의 외형을 재현되지 않는다. 크기와 위치, 배열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어느 요소는 화면의 중심에 놓이고, 어떤 것은 가장자리에서 연결의 고리를 만들며, 동일한 형태가 중심과 주변을 넘나들면서 고정된 역할과 의미를 흐트러트린다. 분절되는 화면과 반복되는 패턴이 겹겹이 쌓인 불규칙적인 물감의 덩어리들과 만나 만들어낸 하나의 장면은 여러 개념이 동시에 놓인 순간을 보여준다.
분류가 흔들리고 있다. 책상도 테이블도 아닌 것, 혹은 둘 모두로 기능하는 대상들. 기존의 체계에서 애매하게 겹치거나 밀려난 사물들은 오히려 사물의 정의가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 애매함을 제거하지 않고, 기호로 전환해 사물이 여러 가능성을 품은 채 존재하도록 화면에 남긴다. 이때 기호는 의미가 이동할 수 있는 여지를 유지하는 구조가 된다. 전시는 우리가 사물을 정의해온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베개와 이불, 스카프와 담요, 창문과 문 사이에서 흔들리는 기호들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이것을 보고 있는가. 기능인지, 장소인지, 기억인지, 이름인지. 이 질문은 사물에서 시작해, 점차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으로 되돌아온다.
박준희는 붓질로 번역하며 기호를 써내려간다. 그가 만들어낸 문법은 말과 글로 완전히 규정되지 않은 세계의 상태, 명확함과 불확실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 다채로운 풍경에서 조용히 울린다.
글. 전혜수
박준희
Park Jun hee
서울과 경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준희(b.1996)는 상대방의 대화에서 서로 완전히 같은 이미지를 도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언어학, 분류학적 관점으로 기호를 만들어 박준희만의 명확한 기호 이미지를 만든다. 기호 화면 안에 담고 제시하며 ‘서로 인식하는 이미지의 다름’을 인정하고 관람자에게 그들의 기호를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작가: 박준희 @jannuary15
⬭ 전시 서문: 전혜수 @jeon_hyesoo
⬬ 사진: 장소영 @fromhoja
𖦹포스터: 석지아 @dol.pdf
⧉ 설치 도움: 이봄, 이예린
⬯ 주관·주최: SPACE T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