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윤 《반사의 시차》
Kim Hayoon 《Time Difference of Reflection》


2026. 05. 15 ~ 05. 27 / 13:00 - 19:00
SPACE TUM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 57, 2층)
Opening 2026.05.15 금 / PM 5:00-7:00


《거울이 되지 못한 반사면》

작은 점에서 시작된 시선이 유리창을 두드린다. 작업실로 향하는 윈드실드 위로 물방울이 맺힌다. 물방울은 모이고 깨지기를 반복하며 제각각 왜곡된 세계를 투영한다. 와이퍼는 일정한 리듬에 맞춰 그 흔적들을 치워내지만, 투명해진 자리 위로 새로운 물방울은 다시 맺힌다. 시선은 유리창 너머를 향한다. 빗물을 닦아내는 반복적인 행위는 그 너머의 형상을 보다 선명하게 확인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리고 또 한 번 물방울이 번지는 찰나, 시선은 의도치 않게 표면에 붙잡힌다. 눈동자가 매끄러운 겉면 위를 미끄러지다, 투명하고 불투명한 그 경계의 층위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하윤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 대상을 관통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시선의 반사’에 주목한다.

이러한 반사는 대상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의 표면과는 다르다. 시선이 타자의 표면에 부딪혀 되돌아 나올 때 비로소 맺히는 예기치 못한 잔상에 가깝다. 《반사의 시차》는 고정된 결과물로서의 대상을 기록하는 대신, 응시와 표면이 마주칠 때 발생하는 시선의 반사를 화면 위에 고이게 하려는 회화적 시도이다. 이러한 시각적 지연, 즉 시선이 대상에 즉각 도달하지 못하고 표면에서 굴절되는 ‘시차’는 곧 타자를 대하는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대상에 다가가 섣부른 연민을 내비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사이의 불투명한 필터를 포착하는 것. 이것은 타자를 함부로 정의함으로써 그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작가만의 정직한 윤리이기도 하다.

그 무심한 시선의 끝자락에는 우리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고단한 이웃’들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주차장에서 차갑게 식어간 길고양이, 민통선 인근 어둠 속에서 마주친 사슴 박제. 그들을 발견하기 전부터 그들의 시선이 이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윤의 시선은 주체의 일방적인 소유물이 아니라, 마주치는 순간 비로소 발생하는 관계의 부산물이다. 다가갈 의무도, 이해할 권리도 없는 타자와의 거리를 지키며, 그 경계선 위에서 ‘흔들리는 반사’를 기록한다.

투명하지 않고 왜곡된 화면은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비출 수 없음을 말해주지만, 역설적으로 그 불투명함 덕분에 타자는 대상이 아닌 고유한 존재로서 그 자리에 머문다. 우리는 그동안 유리창 너머를 보느라, 정작 우리와 세상을 분리하면서도 동시에 연결해주고 있었던 그 얇은 표면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지 모른다. 튕겨 나간 응시들이 부유하는 전시장 안에서, 관객은 거울이 되지 못한 반사면 위로 흐르는 흔들리는 기록들을 마주한다. 그 흐릿한 풍경의 틈 사이로,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고 있었을 눈동자가 고요히 모습을 드러낸다.

글. 박선진


김하윤
김하윤(b.1996)은 작업을 포함한 삶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외부에 머물러야 하는 상태, 즉 주체성이 전도되는 순간에 발생하는 감각을 동력 삼아 타자를 그린다. 시선이 인지되고 감각되는 지점에 주목하며, 대상이나 상황에 따라 형성되는 다양한 층위의 심리적 거리감을 통해 화면을 변주한다. 그에게 타자는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시선이 교차하는 관계적 매개로 기능한다. 표면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선의 시차와 그 간극을 가시화하는 회화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작가 | 김하윤 @kiiimmma
서문 | 박선진 @art_sunjin
그래픽 디자인 | 김예진 @yezzzzzzzzzzzin
사진 | 박선진 
주최·주관 | SPACE TUM @art.space.tum STUDIO TUM @art.studio.tum

김하윤 《반사의 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