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미씨 《축축한 포털》
Ami Sea 《The Underwater Portal》
1월 19일(월) - 31일(토) 13:00 - 19:00
서울 마포구 망원로 57, 2층
알려지지 않은 깊이의 표면
바다는 여전히 지구에서 가장 많은 빈칸을 품고 있는 장소다. 지도 위에 그려진 선들 아래에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골짜기와 구멍, 방향을 잃은 통로들이 남아 있다. 인간은 오랫동안 이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 측량하고 분류하며 기록해 왔지만, 그 시도는 언제나 표면 근처에서 멈춰 서 있다. 심해는 접근 불가능한 장소이기 이전에, 인간의 인식이 끝나는 지점에 가깝다.
Ami Sea의 작업은 인식의 경계에서 시작된다. 다이빙을 통해 경험한 해저는 시야가 불완전하고 방향 감각이 쉽게 무너지는 공간이다. 빛은 기준이 되지 못하고, 위와 아래의 감각은 지속적으로 교란된다. 이때 대상은 조망의 대상과 감각의 잔여가 겹쳐진 단편적인 흔적과 징후로 남는다. 그의 회화와 드로잉은 이러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제시된다. 화면에는 익숙한 생물의 구조가 보이지만, 그것은 완결된 종(species)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관찰된 형태와 추정된 기능, 실제 생물의 구조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이 서로 포개지며, 그림은 기록과 가설의 중간 지점에 놓인다. 이는 아직 설명되지 않은 현실의 일부를 미리 가늠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멍, 공동, 발광하는 중심부는 해저의 지형이자 동시에 인식의 틈이다. 그곳은 안과 밖, 내부와 외부, 생명과 환경의 경계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머문다. 관람자는 이 장면을 잠시 들여다본다. 그러나 그 시선은 끝내 진입하지 못한 채, 통과 직전의 상태에 머무른다. 이번 전시는 해저를 하나의 장면으로 제시하기보다, 시선이 머무는 지점들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상태로 구성된다. 작품들은 각기 다른 거리와 높이에서 마주치도록 놓여 있다. 이는 대상을 ‘보는’ 위치가 고정되지 않는 심해의 조건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다.
작가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감각을 남긴다. 회화는 여기서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이며, 완성된 설명이 아니라 열려 있는 질문에 가깝다. 이 그림들은 심해를 재현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세계가 이 행성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이곳에서 바다는 더 이상 낭만적 풍경이 아니며, 동시에 인간의 내면으로 환원되지도 않는다. Ami Sea가 구축하는 해저는, 인간의 언어와 지도, 분류 체계가 미치지 못하는 장소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유를 요구하는 현실의 일부다. 그의 작업은 이 미지의 깊이를 설명하려 하는 대신,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세계 앞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시선을 남겨둔다.
글. 전혜수
작가 | Ami Sea @amisea
서문 | 전혜수 @jeon_hyesoo
디자인 | 모눈스튜디오 @monoonstudio
설치 및 도움 | 전혜수 @jeon_hyesoo
주최.주관 | SPACE TUM @art.space.tum